2008.05.20 11:06

한국언론재단 주최 경력기자 상대 탐사보도 사례 강의에 참석했더니...

5월16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재단 주최 신문 방송 통신사 기자들  탐사보도 교육이 있었습니다. 졸지에 강사로 섭외받아 3시간여 동안 각 사 기자들과 만나 유익한 시간을 가졌네요.
언론재단 교육 과정 중 수습기자 상대 기획취재 강사로는 해마다 나가고 있지만
경력 10년 안팎의 각 사 기자들을 상대로 한 탐사보도 강의는 처음 하는 일이라 망설여지더군요.
KBS, MBC, 한겨레, 동아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한겨레21, 오마이뉴스 등 경향 각지에서 온
13명의 민완 경력기자들로 구성된 교육생 중에는 과거 저도 감탄했던 탐사기사를 썼던 언론과
기자들도 포함돼 있어서 무척 고무적이었네요.
그들을 상대로 교육강사랍시고 나선다는 것이
낯뜨겁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저 역시 흘러간 탐사기자라기보다는 시사IN에서
아직도 탐사보도팀장이라는 타이틀로 현업을 뛰고 있기 때문에
요즘 시사IN 탐사보도가 잘 굴러가는가에 대한 자문을 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했지요.

그래도 각 사의 민완 기자들은 영국의 언론학 교과서에 나온 '탐사보도의 전형은 법의 초고를 써야 한다'라는
명제와 관련해 과거 제가 다뤘던 탐사성 보도기사 몇 건이 궁극적으로 각종 특별입법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소중하게 여겨줘 나름 보람을 느꼈습니다.
일부 기자는 "정선배가 세상을 움직이는 기사를 쓰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그런 소재가 많지 않다"라는
말로 푸념도 하더군요^^.
3시간여에 걸쳐 강의와 열띤 질의토론을 가졌는데
교육 과정에서 느낀 한국 탐사기자들의 고민은 크게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한국 언론사들의 구조적인 문제로서, 탐사보도에 대한 각 사 경영진과
편집국 수뇌부의 인식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불만과 고민이더군요.
인력과 재정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인 공중파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탐사보도팀이 꾸려졌다 해도 경영진에서 탐사기자들에게
회사의 전략이나 정책과 연관된 기획 안건을 자꾸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년간 세계일보는 다른 경향을 보여 탐사보도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 매체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기자들의
평가가 나오더군요. 세계일보는 최근 수년간 탐사팀을 집중 지원하고
물량적 인적 측면에서 전사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
굵직한 탐사보도물을 내놓았고 이런 보도물이 한국기자협회의 기자상을
잇따라 수상하는 등 매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효과도 거둔 바 있습니다.
언론학계에서는 한국 언론이 처한 위기를 신뢰의 위기(당파성 매몰)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극복해 대중으로부터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길은
탐사보도 활성화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탐사보도 영역에 대한 현업기자 및 언론사 간부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논의가 모아졌습니다.

두번째 제가 가장 많은 질의를 받은 항목은
탐사 취재 보도과정의 실무적 애로들이었습니다.
KBS탐사보도팀 기자의 경우 "권력 감시 기획 취재를 진행중인데
주요 제보자를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선배는 이런 경우를 어떻게
해결해왔느냐"라고 묻더군요. 또 국민일보 기자의 경우 "탐사 보도를 맡긴 뒤
시간과 공을 들여 작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내부 풍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또 '확실하고도 핵심적인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자료와 증언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에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뭐가 있고, 그 수단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를 묻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애로가 보도 후 명예훼손소송과 관련된 고민들이었습니다.

취재원 보호 문제는 비단 탐사보도 기자들만의 애로가 아닐 것입니다만
저는 아무리 욕심이 많이 나더라도 취재원 보호 정신은
기자 직업윤리의 기초라는 측면에서 '수고스럽고 복잡한 과정을 애써 만들어서라도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설정해야 하고, 보도 후 본의아니게 취재원이 들통나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오더라도 지속적으로 끈을 가지고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중요 취재원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해서도 솔직히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과거 경험들을 떠올려
원론적인 방안만 얘기할 수밖에 없었지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니, 아무리 협조를 거절하는 중요 취재원일지라도
집요하게 정성과 공을 들이면 시간이 흘러 그의 마음이 변할 날이
반드시 온다는 내용입니다. 그 과정에서 쓸 수 있는 수단은
불법이 아닌 한 뭐든지 강구할 필요가 있겠지요.
그것은 케이스바이 케이스일 것입니다만 '미친 사람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어느 업무 영역에서나 통하리라 봅니다.
기술적으로는 상대에게 취재에 응해주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실익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까지 갖은 노력도 뒷받침되면 금상첨화겠지요.

탐사보도의 경우 사회적 파급력이 큰만큼 그에 비례해 민형사상의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만 해도 지난 시사저널 시절부터
보도 기사가 법원에 민형사상 소송으로 간 경우가 16건이었고, 언론중재위
제소까지 합치면 30여건을 넘습니다.
저는 탐사보도 기자의 자세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기획 단계부터 소송을 유도해 법원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접근하라"라는 것입니다. 그런 자세로 출발하면 감히 소송 못거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친 척 소송을 걸어와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보도 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요.
 
미국 IRE가 규정한 탐사보도의 정의를 인용하자면 "성공적인 탐사보도는 악역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사회적
약자)가 존재해야 하며, 여론을 환기해 국민의 공분을 일으켜 사회개혁의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입니다.
이때 악역은 권력이나 금력, 또는 법의 힘에 기댄 이들이기 마련입니다. 그들이 국민의 공분을 받으면
모든 힘과 돈, 법을 동원해 자기방어를 하려는 것은 불문가지일 터입니다.
 소송 두려워한다면 탐사보도 할 수 없지요.
최근 몇년간 탐사성 보도로 고난을 겪으면서도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피디수첩 등 몇몇 방송 탐사물이 그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각 언론사 데스크단의 인식 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교육에 참가한 탐사기자 대다수는 '탐사보도 후 소송을 걸어오면 데스크가 지레 부담을 느끼고
기사가 고발한 쪽과 부당하게 타협하거나 강력한 후속 보도를 못하게 말린다"라는 고충을
털어놓더군요. 바로 그 점이 한국 탐사보도가 직면한 한계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데스크를 설득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제가 강조한 말은 "실탄을 다 쓰지 말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탐사취재를 벌이면 상대를 꼼짝못하게 제압할
증거들을 수없이 모으게 됩니다. 기사 욕심에 이 증거를 기사에 다 쓰지 말고
60~70%만 쓰라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후속 보도용이거나 법정 제출 증거용 실탄이지요.
소송 위협을 하면 그 잔여 실탄을 스을쩍 보여줍니다.
거개는 소송 못갑니다.

이상 두서없는 탐사강의 후기를 마칩니다.
일부 교육생들과 새벽까지 막걸리를 걸치고
앞으로 자주 모여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 뒤 헤어졌습니다.
엉덩이가 무거워져가는 노기자로서는
엔돌핀이 확 돌고 '회춘하는 듯한' 값진 자리여서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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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Louis Vuitton outlet 2012.06.26 18:4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thanks for sharing

  2. Louis Vuitton outlet 2012.11.24 16: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thanks for sharing

  3. rolex replica watches 2013.02.23 15: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난이 일을 좋아 그들을 표시하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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