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7 16:53

피폭자 2,3세의 희귀질환들

[광복 50돌 특집] 유전 증명 안된 2,3세의 병고
피폭 2,3세 일부 근육이완증·뇌성마비 등 시달려… 의학계 “유전 여부 증명 어렵다”
[ 1995년 08월 24일 (목)                                                                         정희상기자
경기도 성남시 태평동에는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한 가족이 살고 있다. 올해 33세인 백효순씨와 남편, 그리고 백씨의 친정 어머니이다. 백씨는 일곱살 때부터 시작된 ‘근육이완증’으로 팔다리를 제대로 못쓰고 앉은뱅이 신세가 되어 남편과 친정 어머니에 기대 겨우 살아가고 있다. 이들 가족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하는 것은 지난해 2월 백씨가 낳은 딸이 뇌성마비·안막감염증에 빠져 아직도 앞을 보지 못하고 식물 인간처럼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이 가족이 ‘혹시’ 하는 걱정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다. 그 걱정은 불행한 가족사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백씨의 부친은 일제 말기에 징용으로 끌려가 45년 8월9일 나가사키에서 원폭을 맞았다. 요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귀국 후 피폭 후유증으로 다리가 오그라드는 증세가 나타나 노동력을 잃은 채 평생 방에 틀어 박혀 보내다 끝내 두 다리로 서보지 못하고 66년 사망했다.

부친이 사망한 후 백씨 가족에게는 고통이 잇따랐다. 이상하게 백씨의 큰 오빠도 다리가 오그라들더니 일어서지 못하고 76년에 세상을 떴다. 이어 백씨의 언니와 백씨도 같은 증세를 보여 현재까지 앉은뱅이식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에서도 원인·치료법 몰라

백씨의 딱한 사연은 마침내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 알려졌다. 결국 백씨는 지난해 교회여성연합회의 도움으로 약 1개월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백씨의 치료를 담당한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선우일남 박사의 소견은 이렇다.

“의학적으로 원인을 확인하기 힘든 증세였다. 근육이완증이라는 것만 확인했지 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백씨 가족은 원폭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리 임상팀에서는 그와 관련해 규명할 방법이 없다. 내가 볼 때는 역학조사팀이 1세부터 2, 3세까지 다 조사해야 규명될 문제이다. 그것도 피폭자가 많은 일본에서 이뤄져야 한다.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그 분야에 관한 국내외 논문은 거의 없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백씨가 낳은 기형아 문제는 원폭과 관련시키기가 더더욱 어렵다.” 백씨의 증세에 대한 의료진의 견해는 한마디로 ‘의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였다.

이와 비슷한 딱한 경우가 원폭 3세에게도 있다. 서울 오류동에 사는 박아무개군(17)으로서 현재 박군의 몸은 온통 검은 점과 털로 뒤덮여 있다. 박군의 어머니는 이에 대해 “시아버님이 나가사키에서 귀국해 평생 다리를 제대로 못쓰고 사시다 88년에 작고하셨다. 2세인 남편과 형제들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온몸에 검은 반점과 털이 뒤덮여 나왔다. 지금까지 서울의 큰 병원은 안가본 곳이 없지만 의사들은 한결같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라고 한다. 어디서도 속 시원한 원인과 치료법을 내놓지 못해 우리 부부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증상으로 믿고 있다”고 말한다.

박군 역시 몇해 전 교회여성연합회의 도움으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백효순씨와 마찬가지로 ‘원폭과 관련됐다는 점은 증명하기 불가능하다’는 요지의 소견을 듣고 물러서야 했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후유증의 유전 여부가 검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백씨 가족과 박군의 부모는 안타까우리만치 의구심을 계속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런 딱한 실정 자체가 또 다른 정신적인 원폭 후유증인지도 모른다.

백씨나 박군과 같은 경우는 특이한 사례이다. 피폭자 2,3세들 가운데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또 피폭자가 아닌 일반 가정에도 기형아가 있고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후손들에게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해서 덮어놓고 피폭 때문으로 단정한다면 그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일지라도 원인 모를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 2,3세에게는 원폭 1세와는 또 다른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원폭 1세가 2,3세의 치료는커녕 보호할 여유도 없이 자신의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다 일찍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던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의 질환을 뒷바라지하며 고통 속에서 여생을 보내는 백효순씨의 모친은 이렇게 눈물로 호소한다. “죽은 큰아들과 남편의 억울함이 보상이라도 돼서 내 딸들과 기형아 외손녀를 치료하는 것을 보지 못하면 죽을 때 다리도 뻗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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