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5 13:32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상을 움직인 ‘위대한 사투’
원폭 피해자 2, 3세의 건강 문제를 공론화했던 고 김형률씨 3주기를 맞아 한·일 양국의 원폭 피해자가 그의 유지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하고 반핵 평화 운동의 깃발을 들었다.
[38호] 2008년 06월 03일 (화) 11:26:33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시사IN 정희상
원폭 피해자 2세 환우회를 결성해 ‘원폭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을 주도하다 사망한 고 김형률씨 3주기 추도식장

방사능 유전성 희귀 질환에 시달리면서도 ‘아름다운 사투’를 벌이다 죽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2세 고 김형률씨. 그가 간 지 3년 만에 ‘반핵 평화의 길잡이’로 부활했다. 5월24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열린 김씨의 3주기 추도식장에서 한국의 원폭 피해자 1세대는 물론 일본인 피폭자 대표, 시민사회단체 인사가 모여 ‘김형률의 유지’를 받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고 김형률씨는 광복 뒤 60년이 지나도록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내팽개쳐졌던 일제 식민지 침탈 피해자의 처참한 실상을 그대로 대변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살다 원자폭탄에 피폭당한 어머니에게서 1970년 태어난 김형률씨는 방사능 노출 모체유전성 질환으로 알려진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이라는 희귀병을 평생 앓았다. 전문 의료진의 연구 대상이 된 그는 2001년 이 병이 방사능 유전과 연관이 있다는 의학적 단서가 나온 뒤부터 세상에 커밍아웃했다. 비슷한 처지에서 원인 모를 희귀 질환에 시달리며 숨어 살던 전국의 원폭피해자 2, 3세 환자 60여 명을 일일이 찾아내 피폭자 2세 환우회를 결성한 것이다.

그는 2002년부터 죽기 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국회와 보건복지부, 시민사회단체, 일본 정부와 원폭 피해자 단체 등을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희귀 질환을 앓는 피폭자 2세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힘겨운 활동에 감동한 인권운동사랑방·건강세상네트워크·평화박물관 등 시민인권단체는 ‘원폭2세 환우 공대위’를 결성해 그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피폭자 2, 3세 건강 실태조사를 이끌어냈다. 진보신당 조성수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한국 원폭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김형률씨가 살았을 때 투쟁을 벌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끝내 17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채 차기 국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다. 

   
ⓒ시사IN 정희상
김씨 부모가 영정을 들고 있다
의료진조차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극심한 병마를 안고서도 원폭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생명의 불꽃을 태우던 김형률씨는 2005년 5월2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하고 돌아온 직후 피를 토하고 쓰러지더니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김형률씨가 못다한 뜻은 그의 아버지 김봉대씨(72)가 이어받았다. 김봉대씨는 아들을 대신해 지난 3년간 부산과 서울을 부지런히 오가며 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쳐왔다. 김형률씨 생전에 60여 명이던 원폭 2세 환우회원은 현재 500명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형률추모사업회’(회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결성해 그의 유지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 정부, 핵무장 욕심에 피폭자 무시”


김형률씨는 갔지만 이번 3주기 추도식은 그가 인류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를 개척하는 한 줄기 빛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살아생전 그는 정작 피폭자 1세대로부터는 그다지 달가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피폭 후유증의 대물림을 공공연히 거론할 경우 자손이 받을지도 모를 불이익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3주기 추도식에는 그 벽도 허물어졌다. 전국 생존 피폭자 2700여 명의 대표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김용길 회장(65)이 추도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그동안의 무관심을 사과하고 고 김형률의 유지를 이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오른쪽 위 인터뷰 참조).

원폭 피해자가 훨씬 많은 일본의 피폭자 2, 3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죽은 김형률의 힘이라 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피폭자 2, 3세 운동이 ‘아픈 이에게 건강권을 달라’는 차원에만 머물렀다. 일본 정부는 각지에 건립한 원폭 치료병원에서 2, 3세 희귀 질환 환자도 무료 진료를 해주는 식으로 대처해왔다. 고 김형률씨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2세 청년회 대표 노다 지로 씨(61)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 피폭자 2세는 김형률씨를 본받아 평화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방사능영향연구소는 2년 전 피폭자 2세에게 방사능 질환이 유전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일본 정부가 지금 핵무장을 추진하기 위해 피폭자의 존재와 2, 3세에게까지 이어진 후유증을 애써 무시하고 평화운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그런 거짓 주장을 펴는 것이라 본다.”

김형률씨 3주기 추도식을 마친 일본인 피폭자 2세와 한국 원폭 피해자는 이날 배편으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로 평화기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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