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3 14:28

제이유 사건 관련 취재후기

‘제이유 로비 리스트’ 특종 그 뒷이야기

특검제·국회 청문회 주장 나올수도…진상 가려낼지 회의적

국내 최대 다단계 판매업체였던 제이유그룹이 사기 마케팅으로 몰락하면서 수십만명의 피해자에게 4조5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에는 베일에 가려 있던 제이유그룹의 정관계 인사 상대 전방위 로비 실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현직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비롯해 경찰 치안감 3명, 전직 검찰 총수 등이 제이유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았거나 수상한 돈거래를 한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조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간 이 사건에 대해 <시사저널>에 7회에 걸쳐 추적 보도를 내보내며 4월 말 처음으로 정관계 로비 리스트의 존재를 알리고 수사를 촉구해온 필자로서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은 이제 막 첫 단추를 끼웠다고 본다.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다시피 제이유 주수도 회장은 지난 3년여 동안 10여 개에 이르는 제이유 그룹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소비생활 공유마케팅’이라는 독특한 판매 기법으로 연평균 매출액 2조원대에 이르는 거금을 끌어모았다. 그가 주창한 소비생활공유마케팅이란 ‘필요로 하는 생필품 하나만 사도 물건 값의 250%에 이르는 수당이 고스란히 내 통장에’라는 슬로건이 보여주듯이 대다수 국민이 현혹될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다단계 판매 방식이었다.

가령 1백만원어치 물건을 사면 2백50만원을 수당으로 준다는 형식이다. 이런 마케팅 방식에 현혹되어 전국에서 제이유 사업자(회원)로 가담한 국민이 연인원 35만명. 주수도씨가 제이유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로부터 끌어모은 돈만도 4조5천억원대에 이르렀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동부지검은 이 액수를 고스란히 사기피해액으로 공소장에 기재함으로써 만일 재판 과정에서 이 금액이 고스란히 인용된다면 단군이래 최대 사기사건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문제는 상식적으로 보아서는 말이 안되는 사기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으로 바로 제이유그룹의 전방위 로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주수도씨는 청와대, 여야 정치권, 사법부, 검찰, 경찰,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 가릴 것 없이 거액의 로비 자금을 뿌리거나 그들의 친인척과 가족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약속한’ 250% 수당을 꼬박꼬박 챙겨줬다.

이들은 자연히 제이유 마케팅의 전도사가 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이들 유명인사와 그 가족을 ‘신뢰의 보증수표’로 믿은 서민들이 부나방처럼 제이유 매출에 가담했다. 그러나 ‘귀하신 분들’ 외에는 약속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전 재산과 퇴직금, 은행융자 등을 끌어들여 제이유 마케팅에 올인한 국민 가운데 신용불량자와 자살자, 이혼 등 가정파괴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제이유발 대란’을 감지한 국가정보원은 광범위한 내사를 거쳐 올해 초 ‘제이유 사태 관련 정보보고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와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제이유에 대한 본격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필자가 국정원 작성 정보보고 문건을 입수한 때는 지난 4월 중순. 국정원 문건에는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이 2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이 가운데 1백억원을 여당 정치인 등 정관계 인사에게 뿌렸다는 내용과 자세한 비자금 조성 수법, 항목 등이 기재돼 있었다.

또 제이유 내부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첨부 로비 리스트에는 약 1백50여 명의 정관계, 언론계, 사법부,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등의 유명인사 명단과 로비자금 지급 액수, 지급 시기. 명목 등이 기재돼 있었다. 이를 토대로 5월16일자 <시사저널>에 ‘제이유 로비리스트 공개’라는 첫 기사를 내보내자 제이유 그룹에서는 ‘국정원 음모론’을 펴며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이후 필자는 제이유 주수도 회장이 검찰에 수배되기 직전(6월19일 수배)까지 두차례에 걸쳐 주회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지며 정관계 로비와 불법 다단계 영업에 대한 도전적 압박 취재를 벌였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이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로비 혐의를 부인지만 그다지 신뢰성이 가지 않는 주장으로 보였다.

필자가 별도로 제이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과 간부들을 접촉한 결과 제이유 그룹의 정관계 로비 실상은 상당히 치밀했고, 반드시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이 대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다. 필자는 정치권과 경찰, 검찰, 언론계 등과 거액의 돈거래를 한 것으로 지목된 제이유 비서실 관계자, 간부 등을 접촉해 주수도 회장의 로비 행태, 수법, 비자금 조성 방법, 주로 관리한 정관계 루트 등을 독자적으로 파악해 지난 8월22일자 <시사저널>에 ‘악취진동하는 주수도 게이트’라는 커버스토리 기사를 다시 내보냈다.

정관계 로비의 핵심에 제이유 한의상 해외담당 고문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필자가 한씨를 직접 접촉한 결과 석연찮은 해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도 파악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여전히 검찰은 제이유 주수도 회장을 체포해 사기, 횡령, 배임 등 불법 다단계 혐의로 구속하는 수사에 매달릴 뿐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때부터 국정원과 청와대 사이에 불협화가 있다는 첩보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국정원 고위관계자들을 불러 문건을 필자 등에게 흘린 직원을 찾아내 ‘국정원법 위반죄’로 처벌하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이었다. 복합적인 경로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 필자는 정관계 로비 수사가 잘 안 풀리는 이유로 국정원, 검찰, 청와대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는 점을 보도(10월17일)하며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 무렵을 전후해 동부지검은 한의상씨에 대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지 4개월여가 지나서야 비로소 로비 부분에 대해 손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검찰에 불려갔다 온 한의상씨가  “정기자 기사 때문에 내가 검찰수사 표적으로 떠올랐다”며 고소하겠다는 협박과 원망을 해오면서 알게 되었다. 감옥에 있는 주수도씨는 필자에게 ‘그만 좀 자제해 달라’는 하소연 편지를 보내왔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한 지검장 출신의 주수도씨 고문변호사는 필자에게 “악업을 조심하라”는 협박성 전화까지 했다. 이처럼 로비 수사가 지연된 데는 최근 검찰의 브리핑으로 드러났듯이 이재순 청와대 사정비서관과 그 가족이 제이유 관계자들과 직간접적으로 맺은 ‘부적절한 처신’이 이 사건 수사가 지연되는 데 보이지 않는 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엄청난 서민에게 피해를 토대로 로비를 받은 정관계 인사들이 제대로 거명될 경우 바다이야기 사태로 홍역을 치렀듯이 서민의 정부라는 참여정부의 ‘숨은 실상’이 드러나는 데 대한 큰 부담도 작용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필자의 6개월 심층 추적 결과 제이유 정관계 로비는 참여정부 최대의 ‘게이트’로 비화할 인화성 물질을 곳곳에 두르고 있었다.

최근 정관계 로비의 일단이 검찰 수사로 불거진 후 지난 6개월간 제이유 게이트의 숨은 실상에 대해 심층 추적 취재를 벌여 온 필자에게는 요즘 매일같이 각 신문 방송사 동료 기자들로부터 수많은 문의와 사실 확인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보면 필자는 현재 진행되는 제이유 로비 수사가 제대로 진상을 가려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초동 수사 단계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증거들을 제이유 측에서 인멸하기까지 검찰이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을 생생히 들여다 보았기 때문이다. 또 취재 결과 주수도씨에게 혜택을 받은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친인척의 벽이 상상 외로 두텁다는 점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민적 의혹으로 증폭된 이상 검찰의 제이유 정관계 로비 수사가 외압에 흔들린다면 가장 큰 피해는 검찰 조직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동부지검이 이제 막 첫단추를 꿴 이 수사에 대검찰청이나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합세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만일 이번 수사가 미봉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거나 경찰, 국정원 등 다른 사정 정보기관에서 새로운 내용이 흘러나올 경우 특검제나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라는 등의 주장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끼뉴스 | 정희상 <시사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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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panerai replica 2012.07.18 17:3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진상 가려낼지 회의적

  2. replica watches 2012.08.30 19:2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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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Cheap Ugg boots 2012.12.19 13: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 끼뉴스 | 정희상 <시사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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