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3 11:13

소설가 김훈이 말하는 '탐사기자 정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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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여는 사실의 힘


  사실(fact)를 다루어 낼 줄 아는 기자들이 점차 멸종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정희상 기자는 한국 언론의 소중한 존재이다. 언론과 그리고 그곳을 마당으로 삼는 수많은 언설들은 더 이상 사실에 바탕 한 객관적 소통수단으로 기능하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에게는 있다. 나의 우려에 사실적 근거가 있다는 또 다른 우려도 나에게는 있다. 이제, 언론은 사실보다는 당파성에 의존해 있고 현실의 길을 따라가진 않고 노선을 따라 간다. 당파성에 매몰된 자들의 눈에는 현실의 올바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파적 언어는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한다. 의견과 사실을 뒤섞거나 거꾸로 말할 때, 그 말은 뻔뻔스러움으로 무장한다. 뻔뻔스러운 언어는 소통의 통로를 여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이에 단절의 벽을 쌓는다. 이 단절은 사실을 배반한 언어가 몰고 오는 재앙이다. 그 재앙 속에서 사실의 토대를 상실한 언설들은 공허할수록 준열해지고, 젊은 기자들은 정보를 장악해서 사실에 접근하는 고통스런 훈련을 기피한 채 너도나도 멋쟁이 문장가로 변신해가고 있다.


  나는 오랜 세월동안 정희상 기자의 직업 선배로서, 때로는 직무상의 상급자로서 그와 함께 일해 왔다. 그의 상급자가 되는 일은 즐겁고도 힘겨웠다. 야전(野戰)에서 그는 민첩하고도 끈질겼다. 그는 사실에 다가가야 하는 자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지닌 기자였다. 그는 세상을 개안시키는 여러 특종기사와 추적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많은 정보들을 지면에 제공했다. 사실에 닿을 수 있는 단서들을 품고 있을 때, 그는 사무실 안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거렸고 그러다가 어디론지 뛰어나가곤 했다. 그가 서성거릴 때 나는 내심으로 ‘저 자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르겠구나’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나는 늘 그가 멋진 일을 저질러서 가져오기를 기다렸고 그는 늘 그 기대에 응답했다.


  모든 사실을 사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운명이다. 간단한 교통사고조차도 기자에게는 사후적이다. 발생한 순간의 순결은 시간에 의해 훼손되고 거기에 개입한 인간들의 욕망과 당파성에 의해 왜곡되고 뒤집힌다. 기자의 사명은 그 훼손과 왜곡을 거슬러 올라가서 사실의 순결한 속살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에 이르는 길은 피안처럼 멀다. 정희상 기자는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어서 그 먼 길을 간다.


  사실은 두어 개의 정보로 설명되거나 재정립되지 않는다. 하나의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가 필요한 까닭은 그 사실이 사후적으로 규명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수집되는 정보가 모두 사실에 이르는 지침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애써 수집한 것들을 힘들게 내버릴 줄 아는 기자만이 사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사실로 다가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그리고 그 길이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정희상 기자의 글은 보여준다.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자들과의 싸움을 모두 통과해야만 기자는 그 길을 갈 수 있다. 그래서 사실로 나아가는 길은 당대 전체와의 싸움이고, 망각의 편안함에 길들여진 세상 전체와의 싸움이다.

  당대의 사실을 풍문으로 방치하는 것은 기자의 죄악이고, 당대의 풍문을 과거의 비화로 팔아먹는 것은 기자의 더욱 큰 죄악이다. 우리는 비화 없고 풍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것이 내가 아는 정희상 기자의 꿈이다. 그는 포복으로 전진하는 병사처럼 그 길을 조금씩 기어서 밀고 나간다.


  언론 지면에 공포된 정희상 기자의 글들은 때때로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몰고 왔다. 비로소 눈을 뜨게 된 사회가 내지르는 경악의 비명이었다. 파문이 클수록 반격과 저항도 드세었다. 정희상 기자와 함께 그 반격을 감당해왔던 일은 힘겹고 또 외로웠으나, 그와 내가 속한 세상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확신은 즐거웠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정희상 기자가 언론 지면을 통해 보도했던 사건들을 더욱 심도 깊게 취재하고 지면의 제약을 벗어나서 확대 전개한 것이다. 다시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보도에 대한 반격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상급자로서 충분히 방어해내지 못했던 듯 싶어서 안타까웠다. 괴로운 것들을 들추어내서 끝까지 외치는 자들을 우리사회는 여전히 적대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하는 사실들의 중요성과 함께 거기에 접근해가는 그의 직업인다운 삶의 태도를 읽었다. 내가 기자로서 이루지 못한 많은 것들을 후배가 이루어내는 것이 고맙고도 부끄러웠다. 그를 괴롭히고 그를 적대하는 사람들도 ‘사실’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 바람은 가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이 화해의 길이고 진화의 길이다.

  사실로 나아가는 험난한 길 위에 그가 오래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사주(mu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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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rtier replica 2012.07.08 14: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 어디론지 뛰어나가곤 했다

  2. Rolex Watches 2012.11.01 19: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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